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과 박심수·류도정 민관합동조사단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베엠베(BMW) 화재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베엠베(BMW) 차량 화재사고의 원인규명 작업을 벌여온 민관합동조사단이 지목한 사고 원인은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이지아르)의 결함이었다. 세부적인 화재 경로는 약간 다르게 파악했지만 이지아르의 쿨러(냉각기) 균열 때문이라는 점에선 회사 쪽의 설명과 비슷하다. 다만, 쿨러 안의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이번 조사 과정에서 처음 확인했으며, 이는 재순환장치 설계 결함 탓이라고 조사단은 밝혔다. 회사 쪽의 소명과 추가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사고 원인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베엠베 쪽이 차량 결함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조사 결과다. 베엠베는 이지아르 결함과 화재 사이의 상관관계를 올해 7월에야 인지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미 2015년 10월 베엠베 독일 본사에 ‘이지아르 쿨러 균열문제 해결을 위한 티에프(TF)’를 구성해 설계 변경을 비롯해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처에 착수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에는 ‘흡기다기관 클레임 티에프’를 구성하고, 문제가 있는 엔진의 설계 변경에 착수했던 사실도 이번에 파악했다. 화재 원인을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감추려 한 것은 글로벌 기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윤리적 행태다. 검찰 수사에서 최종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결함 제품의 리콜(수리·교환·환불)을 제때 하지 않은 점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베엠베는 올해 7월 520d를 비롯한 차량 10만6천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면서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던 이지아르를 장착한 일부 차량에 대해선 리콜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한 뒤에야 118d 등 6만5천대에 대한 추가 리콜을 시행했다. ‘늑장 리콜’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베엠베에 대한 형사고발, 과징금 부과(112억7664만원), 추가 리콜(65개 차종 17만2080대) 조처에 나설 방침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추가 리콜을 비롯해 관련 조처를 신속히 이행해서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줄여가는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손해배상제 강화와 함께 집단소송제 도입 같은 제도적 보완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제품 결함에 따른 사고 위험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일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