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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장애등급제 폐지 성큼, 예산 증대 없이는 ‘반쪽’ 된다

등록 2018-12-25 18:16수정 2018-12-25 19:49

장애인들이 지난달 14일 국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사다리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장애인들이 지난달 14일 국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사다리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년의 차별, 5년의 외침 끝에 장애등급제 폐지가 마침내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무회의에서 지난 24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의결돼 내년 7월부터 1~6급으로 나눠 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제도는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지난 30여년간 장애등급제는 국가의 대표적인 장애인 복지제도인 동시에 ‘차별’의 근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애인들은 선택권도 다양성도 없이 의학적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정해진 서비스를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과 사각지대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끊거나 잃었다. 2012년 이후 서울 광화문역 안 통로에서 장애인들이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꼬박 5년을 싸웠던 이유다.

앞으로 장애인들은 기존 ‘등급’이 아닌 ‘종합조사’를 거쳐 활동지원 급여와 보조기기 교부, 거주시설 이용, 응급안전 등 4가지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장애 정도는 ‘심하거나’ ‘심하지 않거나’로 분류해 참고자료로만 쓰이게 된다. 서비스는 2020년 이동지원, 2022년 소득·고용 지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의미가 큰 진전이나 관건은 예산이다.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은 내년 1조35억원으로 올해 6907억원보다 크게 늘지만, 서비스 단가 인상과 이용 대상자 확대 등으로 실제 체감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자는 평균 하루 3.4시간이 줄어든다는 시뮬레이션까지 나왔다. 자칫 장애 유형별로 ‘파이 뺏기’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장애 특성이 반영되고 개인 특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종합조사 역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렇다 보니 ‘등급제 대신 596점 점수제’라거나 ‘희망고문이 될 것’이란 비관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이다.

제도가 획기적으로 변하려면 예산의 뒷받침은 필수다. 우리의 장애인 복지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친다. 대선 공약이었던 ‘24시간 활동지원’이 당장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기존 시간보다 줄지 않으며 이용자는 늘리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장애인 복지와 인권을 더이상 ‘돈’ 때문에 미룰 순 없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지지가 중요하다. 등급 폐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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