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로 확정했다. 복무기관도 교정시설(교도소)로 단일화해 합숙 근무하도록 했다. 그동안 국방부가 내놓은 대체복무 방안 가운데 결국 복무 기간과 강도가 가장 높은 방안을 채택했다. 이대로 시행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체복무 기간이 가장 긴 나라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인권단체들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벌적 성격이 강한 방안을 정부안으로 확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현역병의 76.7%, 일반 국민의 42.8%가 ‘대체복무 기간으로 36개월이 타당하다’고 보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국방부가 대체복무 방안을 결정하는 데서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안이 과도한 복무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을 또 다른 형태로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가 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왔다. ‘형평성’을 앞세워 대체복무자를 징벌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확정된 정부안이 대체복무 대상자의 ‘양심’을 판정하는 심사위원회를 국방부 소속으로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인권단체들은 국방부 산하에 위원회를 두면 국방부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해왔다. 앞으로 이런 우려를 씻을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안이 대체복무제의 근본 취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복무 제도 정착 이후에 복무기관을 소방서와 복지기관으로 다양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복무 기간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1년 범위에서 단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향후 시행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융통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군인권센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이날 국방부가 발표한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정부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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