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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괴롭힘 금지법’ 통과에도 갈 길 먼 ‘직장 민주주의’

등록 2018-12-28 18:01수정 2018-12-28 19:23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직장갑질 119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직장갑질 119 제공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극단적인 경우 사람 목숨을 잃게까지 하면서도 ‘직장인의 애환’ 정도로 취급되던 직장내 괴롭힘이 처음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는 데 의미가 크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은 직장내 괴롭힘 또는 갑질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린 계기였다. 최근 들어선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행각과 폭행이 공분을 일으켰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신설하며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법적 정의를 내렸다. 간호사들 사이 ‘태움’ 관행을 비롯해 욕설이나 폭언, 부당한 지시 등도 해당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즉시 조사를 의무화하고 신고자 불이익을 금지하는 한편 가해자 징계를 명시했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질병을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추가한 관련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하지만 개정안에 가해자 처벌 조항이 빠진 것은 한계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처벌보다는 사업장의 자율적 시스템으로 규율해나가라는 취지일 텐데, 강력한 처벌 조항이 있어도 근절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해고나 왕따를 각오하지 않고 상사의 갑질을 신고하기란 어렵다. “네가 유난한 거다” “조직 망신이다” 같은 ‘조직 우선주의’가 팽배한 일터 문화도 문제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내가 먹여살리는 하인’ 정도로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있는 한 일터 문화는 바뀌기 힘들다. 법이 통과된 바로 이튿날, 디지털업계 ‘잊혀질 권리’ 관련 유명인사인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직원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직장 민주주의’의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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