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71명이 경기 평택공장으로 출근한다. 2009년 8월 무더기 정리해고로 회사에서 쫓겨난 지 9년 만이다. 2013년과 2015년 모두 네차례의 복직 조처 뒤 마지막으로 남은 119명 가운데 60%다. 이른바 ‘옥쇄파업’ 이후에도 단식과 굴뚝 농성 등을 이어가며 끈질기게 싸워온 성과다. 이번 복직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재로 9월 노사가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나머지 해고자는 내년 상반기에 단계적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모처럼 세밑에 듣는 훈훈한 소식이다. 그러나 이미 해고자와 가족 30명이 세상을 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반가움보다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 반발 때문이라니 해결을 약속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지난 19일 한겨레신문사 근처에서 조촐한 송년모임이 열렸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김승하 철도노조 케이티엑스지부장이 만났다. 케이티엑스 12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11년 등 모두 10년 안팎의 끈질긴 투쟁을 결국 노동자의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이들은 동료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가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9년 넘게 복직투쟁을 이끌며 올해 79일간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차렸던 김 지부장은 “조용히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가장 힘이 되는 연대였다”고 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소중한 교훈이다.
황씨는 “우리가 승리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세 사람은 고공에서 또는 거리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주변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엔 파인텍 해고자 홍기탁 박준호씨가 있다. 31일이면 415일이 된다. 부끄러운 세계 최장기 기록이다. 노사는 29일까지 두차례 만났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고 한다. 회사 쪽 대표는 “불법을 저지르고 굴뚝에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는 등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 앞에서 할 얘기인지 어이가 없다. 9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굴뚝 아래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우리 모두 함께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맹추위에 옷깃을 여밀 때마다, 굴뚝 위에 오른 사람들을 한번쯤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