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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 ‘초계기 영상 공개’ 지시한 아베의 정략

등록 2018-12-30 17:31수정 2018-12-30 19:32

일본 방위성이 28일 레이더 논란과 관련해 공개한 동영상 일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P-1이 북한 어선 구조 활동에 나선 한국 해경 경비함 ‘삼봉호’ 근처에서 비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출처 일본 방위성
일본 방위성이 28일 레이더 논란과 관련해 공개한 동영상 일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P-1이 북한 어선 구조 활동에 나선 한국 해경 경비함 ‘삼봉호’ 근처에서 비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출처 일본 방위성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우리 군함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28일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군 활동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것 자체가 신뢰를 해치는 일인데, 영상 공개가 아베 신조 총리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하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어디까지 악화시킬 생각인지 묻고 싶다. 국내정치적 이익을 위해 인접국과의 외교 갈등을 활용하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는 게 옳다.

지난 20일 우리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에서 일본 초계기에 공격 신호로 간주할 수 있는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한-일 군 당국의 설명이 엇갈린다. 그러나 내용이 어찌 됐든 양쪽의 오해 또는 실수에서 비롯된 일임이 당시 상황을 보면 분명해 보인다.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조난한 북한 선박을 구조하던 중이었고, 적군이 아닌 일본 자위대 초계기에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우리 군은 밝혔다. 만약 일본 초계기가 공격 신호를 감지했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된 건지 양쪽 군 당국이 차분히 사실관계를 따져 확인하면 될 일이다. 이미 27일에 한-일 국방 당국 사이엔 실무급 화상회의가 열려 ‘레이더 논란’을 해소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실무협의 바로 이튿날 갑자기 일본 초계기가 찍은 영상 편집본을 공개하며 한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건, 갈등을 의도적으로 키우겠다는 뜻으로밖엔 보이질 않는다. 더구나 방위성의 반대에도 아베 총리가 영상 공개를 밀어붙였다고 하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그가 정치적 입지를 위해 한-일 갈등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가뜩이나 두 나라 사이엔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과 불신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렇게 일상 현안마저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반인간적 행동에 대한 사과와 배상 문제는 한-일 두 나라가 시간을 갖고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 진영에서 폭넓게 논의하면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 작업이 지난하다고 해서 다른 현안과 연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베 총리와 일본 군 당국은 과격하고 일방적인 행동을 자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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