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마지막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해 아침, 나라의 미래를 기원하는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올 한해는 앞으로 20~30년 나라 운명을 가를 중차대한 시기임이 틀림없다. 새해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가는 발걸음을 확고히 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미래를 굳건히 하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 올해는 두 과제의 성패를 가름할 결정적 시기에 해당한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앞날도 올 한해의 성과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에 들어서는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은 사뭇 무겁다. 3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는 45.9%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상반기 최고 77.4%까지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하락세가 자못 가파르다. 지지율 하락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해도, 새해엔 반전의 계기를 만들길 바란다.
무엇보다 민생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지난해는 고용 부진과 소득분배 악화 등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컸다. 민생을 살리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민간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내고 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경제개혁을 뒤로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제활력 제고와 경제개혁은 상충되지 않는다. 두 과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제민주화는 ‘재벌 중심 경제’ 탓에 저성장과 양극화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불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잡아 대기업 독식 구조를 깨고, 중견·중소 기업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새해에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경제활력 제고와 경제개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면 비상한 각오가 요구된다. 더이상 경제팀 내 불협화음으로 정책 추진 동력을 잃거나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새해엔 남북관계에서 향후 20년, 30년 나아가 백년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각오로 담대히 나아가길 바란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바탕을 마련했다면, 올해엔 수십년 이어질 수 있는 평화·번영의 공존 틀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
또한 북한 비핵화에서 결정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신경전만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올해 안에 명실상부한 비핵화 진전이 없을 경우,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기 어렵다. 북-미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견고하면서도 끈기 있게 접근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문 대통령 역시 한-미 동맹을 굳게 다지면서 주변 강대국들과의 선린우호를 바탕으로 ‘한반도 운전자’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을 비롯한 정치개혁도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 연말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토 합의를 바탕으로 여야가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해 2020년 4월 총선이 정치 도약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 정당은 기득권에 연연하는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선거제 개편을 끝내면 올해 안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별다른 진전이 없는 국가정보원·검찰 등 권력기관·사법기관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남북관계와 경제 활성화, 개혁 입법의 진전을 위해선 여야의 협력 정치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밀어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이끌길 바란다. 활발한 여야정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대화 정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야당도 정부·여당에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 야당이 개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수구 보수’의 길을 간다면 국민의 외면을 자초할 뿐이다. 문 대통령은 3년 차를 맞아 청와대와 정부 개편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2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상당 부분 국정 동력이 떨어진 만큼, 적당한 시기에 청와대와 내각에 참신하고 경륜 있는 인물들을 널리 발탁해 국정 동력을 새롭게 해야 한다.
새해 아침, 2년 전 이맘때 타올랐던 촛불을 다시 생각한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촛불의 요구에 그동안 얼마나 부응했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모두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과가 미흡했던 부분이 적지 않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칙과 특권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그때의 외침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