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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군=적’ 삭제, 소모적 이념논쟁 벌일 일 아니다

등록 2019-01-15 18:22수정 2019-01-15 19:38

2018년 11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앞에서 남북 군 간부가 악수하고 있다. 남북 군당국은 당시 비무장지대 내 공동 유해발굴 사업을 위한 도로 개설 작업 중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다. 국방부 제공
2018년 11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앞에서 남북 군 간부가 악수하고 있다. 남북 군당국은 당시 비무장지대 내 공동 유해발굴 사업을 위한 도로 개설 작업 중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다. 국방부 제공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국방백서가 15일 발간됐다. 이번 ‘2018 국방백서’에선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적의 개념이 ‘남북 간 적대관계’에서 현실적으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총괄하는 표현으로 확장된 것이다. 남북 간 군사 신뢰구축 조처가 진전되는 최근 정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 개념이 개별 국가의 위협뿐 아니라 점증하는 잠재적 위협과 테러, 사이버공격, 대규모 재난 등 초국가·비국가적 위협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과도 어울리는 적절한 변화로 평가한다.

북한은 양면적 존재다. 대결과 갈등을 빚는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과 협력의 ‘동반자’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북한을 한쪽 측면만 강조해 ‘적’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평면적 접근이었다. 더욱이 남북 정상은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고, 더 나아가 종전선언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남북 군사당국도 그 후속조치로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적대행위 중단,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공식문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명시한 표현을 그대로 두는 것은 이런 상황과 어울리지 않고 자칫 남북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만 낳을 수 있다.

외국에선 국방백서에 아예 ‘적’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실제 교전상태에 있는 상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신 대부분 ‘안보 위협’이라는 표현을 쓴다. 실례로 미국은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정치적·경제적 위협’으로 표현했다. 중국은 2015년 국방백서에서 미국과 일본을 ‘안보 위협 요인’으로, 일본은 2018년 방위백서에서 북한을 “이전에는 없던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꼽았을 뿐이다.

국방부는 백서에서 ‘북한군은 적’ 표현을 삭제했지만, 북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을 위해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적’ 표현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소모적 이념논쟁을 벌이는 건 시대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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