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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승태 구속, 뒤늦은 ‘사법정의’ 국민 신뢰로 이어지길

등록 2019-01-24 17:20수정 2019-01-24 18:10

‘사안 중대,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
‘모함’ 운운 후배에 책임 돌려 역효과
법원, 사법농단 피해 ‘결자해지’해야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꼽혀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구속됐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할 뿐 아니라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격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주요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밝힌 대로 뒤늦게나마 법원이 조직보호 논리를 벗고 사법정의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제부터라도 사법부 전체가 ‘양승태 대법원’의 폐해를 스스로 도려내고, 공정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나서기 바란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성사를 위해 일제 강제노역 손배소송이나 원세훈 댓글사건 등의 재판에 개입하는 등 사실상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에 직접 나선 사실을 영장에 적시했다고 한다. 또 자신에게 반대하는 법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주려 하고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불법 수집하도록 한 혐의 등도 포함시켰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게 된 데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의 업무수첩이나 김앤장 문건, ‘물의 야기 법관’ 문건 등의 물증과 관련자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대법원 앞 담벼락 회견으로 법원 안팎의 반감을 불러온데다 영장심사 과정에서도 사과나 반성은커녕 후배 법관들의 ‘모함’ 또는 ‘조작’이라는 등 설득력 없는 부인으로 일관한 것도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2년간 ‘꼬리 자르기’ 자체 조사에 이어 자료제출 거부와 잇따른 압수수색 영장 및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조직적으로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의 대원칙에 일부나마 부응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공정성은 아직 미지수다. ‘부적절하나 죄가 되지 않는다’던 특별조사단의 보고서, ‘대법관이 심의관 보고서를 보고 재판할 리 없다’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 ‘재판거래는 없다’던 대법관 일동의 입장문은 여전히 국민 뇌리에 사법 불신의 상징으로 남아 있음을 사법부 구성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일부 수구보수 언론과 야당은 최근까지도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사법농단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검찰의 ‘청와대 하명 수사’라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사법부가 거듭나는 걸 방해하는 가짜뉴스일 뿐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재판거래·개입의 대상이 된 사건들의 결자해지 책임도 법원에 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협조사례’로 거론된 과거사 사건이나 케이티엑스(KTX) 해고무효소송을 비롯한 민생·노동 사건 등 공정성을 의심받는 재판은 법원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 사법농단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개혁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지막으로 사법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오랜 시간 분투해온 이탄희 판사를 비롯한 많은 법관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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