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백악실에서 김명환(맨왼쪽부터)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과 면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만났다. 지난해 7월 비공개 만남 이후 반년 만이다. 공식 의제를 논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특별한 결론이 나오진 않았지만, 최근 일련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과 우려를 대통령이 가감없이 들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기업인 초청이나 기업 현장 방문은 잦은 데 비해 노동계와의 진솔한 대화는 부족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길 바란다.
사회적 대화와 그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민주노총은 28일 대의원대회에서 본회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최근 탄력근로제·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과 관련한 정부 정책 추진에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이던 한국노총도 재계 쪽이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조건으로 대체근로 도입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 중단’ 검토를 언급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노동시간, 노동 안전 등에서 노동권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사회적 인식이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며 노동계에 경사노위 적극 참여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두 위원장은 고 김용균씨 사건의 진상규명과 비정규직 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촉구하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시도 중단,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제주 영리병원 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했다.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도 솔직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의 사회적 대화 참여가 정부의 ‘태도’만으로 결정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주요한 노동정책 현안에서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듯한 모습을 두고 노동계 일부에선 경사노위가 ‘동원형 사회적 대화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만남이 노동계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도 사회적 대화의 장을 외면한 채 비판과 장외투쟁만으로는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현실을 헤아리길 바란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우려스럽다면 더욱더 사회적 대화 장에서 논쟁을 벌이고 설득하는 일이 필요하다. 정부 또한 경사노위에서 모든 노동 현안을 ‘대타협’하라는 식으로 몰아가선 곤란하다. 지금은 타협이 아니라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게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