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의 ‘몸통’으로 꼽혀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여야 전·현직 의원들의 재판거래 의혹 사건 처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수사’에 전력을 다한 뒤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의 처벌 수위도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들의 재판거래 의혹을 덮기 위해 ‘짬짜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볼썽사납다. 정치인의 추한 재판거래를 ‘관행’이란 이름으로 덮으려는 건 사법정의 차원에서 용납하기 어렵다.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민주당 서영교·유동수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의 이름이 등장한다. 서 의원은 국회 파견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지인 아들이 재판 중인데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는 곧바로 법원 수뇌를 거쳐 담당 판사에게 전달됐다. 민주당은 애초 “민원 처리 관행” 등으로 변명하다 서 의원의 당직 자진 사퇴로 일단락됐다는 태도다. 하지만 사법농단에 엄정 대처할 것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서 의원에겐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사건에만 올인할 뿐 서 의원 사건엔 미온적이다. 임종헌 전 차장 공소장에 소속 의원들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검찰 공소장엔 홍일표 의원의 민형사 사건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의혹이 나오는데도 자유한국당은 “내용을 잘 모른다”는 말만 하고 있다.
두 거대 정당이 ‘재판거래 의원’들에 대해 이처럼 ‘봐주기 짬짜미’를 계속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재판을 거래한 대법원장이 처벌받는데 재판을 청탁한 국회의원이 무사하다면 국회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지적은 매우 적절하다. ‘재판 청탁’이 관행이었다면 그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검찰 수사로만 공을 넘길 일은 아니다. 해당 의원들은 스스로 더욱 무겁게 책임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소속 정치인들의 재판거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공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유한국당 역시 은근슬쩍 빠져나가려 해선 안 된다. 검찰은 권력자인 국회의원에 대해 더욱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정치권이건 검찰이건 재판거래 단죄엔 예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