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청 앞 조명탑 위에서 500일 넘게 농성을 벌여온 택시운전 노동자 김재주씨의 모습.
전주시청 앞 20m 조명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택시 노동자 김재주씨가 전주시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합의에 따라 26일 땅으로 내려왔다.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택시기사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지 510일 만이다.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슬픈 기록이 멈추게 된 건 다행스럽지만, 과제가 적잖다. 택시 노동자의 유명무실한 완전월급제가 이행되도록 이번만큼은 법·제도 개선과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날 전주시는 완전월급제 위반 회사에 감차를 포함한 행정처분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노조 쪽은 완전월급제 강제적용이 아니라 원하는 기사에 한해 실시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루 수입 가운데 일정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가져가는 ‘사납금제’가 택시 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불러오고 안전운행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은 수십년간 계속돼왔다. 승객 골라태우기, 승차 거부의 배경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97년 개정 운수사업법이 완전월급제를 도입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실시 비율은 전국 택시회사의 1%가 안 될 정도다.
이렇게 ‘사문화’된 데엔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한 사업자들의 반발과 지자체들의 단속·처벌 소홀뿐만 아니라, 법의 ‘구멍’ 탓이 컸다. 개정법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가 받아야 한다고만 했을뿐 기준액(사납금) 수납 금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의 훈령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법적 미비 때문이다. 이후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업자들의 행정소송이 잇따르고 이를 핑계로 지자체는 처벌에 소극적인 악순환이 이어졌다. 사납금제가 수익 면에서 더 낫다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오래된 인식과 관행도 정착을 더디게 했다.
그사이 택시기사의 노동환경은 악화일로다. 지난해말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4년 사납금이 80.4% 증가하는 사이 기사들의 수입은 4.7% 감소했다. 이들은 2016년 기준 월평균 254.6시간 근무를 하며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166만7천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카풀 도입을 둘러싼 갈등 역시 이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승객에게도, 기사에게도 나쁜 제도를 더이상 방치할 순 없다. 국토교통부의 정책 개선뿐 아니라 국회에서 불법 사납금을 완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