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세미나에 자유한국당 당권 유력 주자들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2·27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당 대표 출마 자격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에게만 피선거권을 부여한’ 당헌에 따라 두 사람의 출마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급기야 28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비대위에서 문제를 제기한 최병길·정현호 비대위원의 지적은 당내 세력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한다고 쳐도, 사실 틀린 게 별로 없다. 최 위원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며 당헌·당규는 모든 당원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도 “유력자,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헌·당규가 왜 이렇게 관대한가”라며 특정인에게 예외를 적용하면 불공정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두 사람의 출마를 대체로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두 사람의 출마를 비판하긴 했지만 당내 다수는 ‘좌파 독주’를 막겠다는 이들의 명분, 특히 보수 유권자의 지지에 기대 대안으로 떠오른 황 전 총리를 저지할 의지가 별로 없는 듯하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선 대표 출마 자격을 ‘후보자 등록 신청일 현재 당원인 자’로 규정한 당규를 근거로, 이들의 출마 자격을 인정할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두 유력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당헌이 규정한 ‘대표 출마 자격’까지 어기면서 갑작스레 입당한 유력 인사의 출마를 용인하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 정당이 당원에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증일 뿐이다. 일정 기간 당비를 낸 책임당원에게 피선거권을 주는 제도는 과거 이른바 실체도 없는 ‘유령 당원’들이 경선에 영향을 끼쳐온 해악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정경유착에 의존하지 않고, 당원 당비로 운영되는 정당을 만들자는 국민의 바람도 크게 작용했다. 그렇게 정치개혁을 내걸고 책임당원 규정을 도입한 제1야당이 지금 이런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당헌과 당규에 대표 출마 자격에 관해 서로 다른 규정을 두고 있는 점도 어처구니가 없다.
자유한국당 선관위는 29일 당헌·당규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논란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파장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서 보기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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