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둘째)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 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사진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23개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사업으로 의결했다. 예타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의 경우 사전에 타당성을 검증해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불필요한 사업으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는 예타 면제 명분으로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들었다. 무엇보다 지역의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 사업이 바로 착수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사업 진행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 세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들어오면서 2021년까지 고용 사정이 매우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1년까지 20만명가량의 추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의결한 예타 면제사업 규모는 애초 예상했던 최대 42조원 규모에 비해선 많이 줄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또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 수도권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그럼에도 예타를 거치지 않은 사업을 무더기로 추진하면 애초 기대했던 지역경제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 가운데도 추진 과정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업이 적지 않은데, 예타를 거치지 않은 사업은 그럴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사업비 9700억원이 들어가는 새만금국제공항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부근에 군산공항이 있는데다 멀지 않은 곳에 국제공항인 무안공항과 청주공항도 있어 사업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예타 면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이번에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이라도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사업 규모의 적정성을 다시 한번 면밀히 따져보고 사업 계획을 꼼꼼히 수립하는 게 절실하다. 또 이번 기회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행 예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구 규모가 중요한 결정 변수인 현재 기준으로는 지역 사업의 경우엔 타당성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당장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국가 균형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추진할 수 있도록 면제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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