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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험의 외주화’ 근절, 밀알 심고 떠나는 김용균씨

등록 2019-02-06 18:02수정 2019-02-06 19:00

6일 오후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문객들이 김씨를 추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6일 오후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문객들이 김씨를 추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설날인 5일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맡은 2200여명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연료 설비를 점검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장례식도 사고 59일 만인 7일부터 3일장으로 치러진다. ‘제2의 김용균을 막아달라’고 했던 유족과 시민사회의 호소가 늦게나마 빛을 보는 것 같아 다행이다.

김용균씨 사건은 12월27일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힘겹게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용균법’이라 불린 이 법에 정작 김씨의 업무 분야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 도중 숨진 김아무개씨의 업무는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지면서 법 개정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이 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발전산업 민영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5년 동안 5대 발전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전원과 부상자의 97.8%가 하청노동자라는 통계는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가 비유가 아닌 엄혹한 현실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원청 사용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정도로는 이런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명백하다. 공공부문이 안전을 담보로 비용절감 경쟁을 벌이면서, 민간부문의 위험 외주화와 산업재해 세계 1위를 부추긴 책임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김용균씨 어머니가 아들 장례식까지 미뤄가며 “지금도 지옥 같은 곳에서 일하는 용균이 동료들이 죽음의 위험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고 한 말을 무겁게 되새길 때다. 당정은 이참에 공공부문 전반에 걸쳐 ‘위험의 외주화’ 요인을 철저히 가려내고 정비하겠다는 자세로 나서길 바란다. 그 근본 원인이 민영화에 있다고 판단되면, 정책 기조까지 재검토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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