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세우고 이끌어온 이의 마지막 모습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연휴를 잊고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존재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설을 맞아 가족과 고향에 내려갈 예정이었던 윤 센터장은 주말에 연락이 두절된 뒤 4일 저녁께야 집무실에서 발견됐다. 평소에도 응급 상황이 잦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야간순찰을 하는 보안요원들도 밤새 불이 켜진 때가 많아 별다른 이상을 발견 못 했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전국 응급실 532곳과 권역외상센터 13곳의 병상을 관리하는 일까지 맡고 있기에 연휴 기간 환자 돌봄의 공백을 막기 위한 그의 업무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평소엔 집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골든아워>에서 “관계에서의 출세에는 무심한 채 응급의료 업무만을 보고 걸어왔다”고 표현했듯, 그는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과 응급진료정보망 시스템 구축 등에 앞장서왔다. 대한의사협회 공식 입장과는 반대로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의 페이스북 글에서 보듯, 무엇보다 윤 센터장에겐 늘 환자가 우선이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 응급진료는 권역별외상센터가 신설되는 등 큰 발전을 보였지만, 대형병원들의 ‘수익성’ 위주 논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았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에스엔에스(SNS)에 “설 연휴에도 고인에게는 자신과 가족보다 응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고 윤 센터장을 애도했듯,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일상을 잊어야 한다. 비단 응급센터만이 아니다. 연휴 기간 더 늘어나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경계근무를 선 소방대원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근무를 한 축산 관계자들과 보건당국·지자체 공무원들, 시민 ‘편의’를 위해 명절을 제대로 못 쉬는 버스기사나 마트 노동자 등도 많다. 우리의 편한 일상과 연휴가 누군가의 희생과 노동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기억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윤 센터장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