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북풍’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북풍’ 의혹을 제기하는 건 시대착오적 억지일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매우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날짜(27일)와 북-미 정상회담이 겹친 것에 대해 “혹여나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에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은 쓰나미로 지방선거를 덮쳐 자유한국당이 참패를 면하기 어려웠다”며 “지방선거에서 신북풍으로 재미 본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아서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전당대회 효과를 없애려는 술책”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한 데 이어, 나 원내대표까지 ‘북풍’이라고 비난한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건 ‘국정농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에 대한 국민 심판 때문이었다. 이걸 북-미 정상회담 탓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변화에 뒤떨어지고 왜곡된 시각을 드러낸다. 더욱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1차 회담 이후 여덟달 가까이 밀고 당기는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위해 성과를 내려 한다는 분석은 가능하지만,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나 내년 봄 한국 총선을 겨냥했다고 보는 건 코미디 같은 주장이다.
이런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채 오직 ‘북풍’ 딱지를 붙여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에 딴죽을 거는 건, 아무리 정치공세라 해도 너무 정파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낡은 이념공세로 남북 화해와 북-미 회담을 훼방 놓고 보수 유권자를 결집하겠다는 정략만 도드라져 보인다. 1987년 대선 전날의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씨 국내 압송, 1992년 대선 직전의 ‘남조선노동당’ 사건 발표, 1997년 대선 시기 북한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총풍 사건’ 등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수구냉전 논리에 빠져 있는 건 자유한국당 자신일 뿐이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 이를 위한 노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언행은 어떤 이유로도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재를 뿌리려는 게 아니라면 ‘북풍 공작’ 비난을 중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