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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트럼프 압박에 결국 1조원 넘긴 방위비분담금

등록 2019-02-08 18:20수정 2019-02-08 22:26

지난해 6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제4차 서울 회의에서 장원삼 대사와 티모시 베츠 대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6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제4차 서울 회의에서 장원삼 대사와 티모시 베츠 대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전년보다 8.2% 증액된 1조380억원 선에서 올 한해 적용하는 것으로 타결돼, 10일 가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증액 압박을 해온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의 분기점이 될 27~28일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합의안을 도출한 건 다행이다. 그러나 분담금 증액 규모가 크고 기간도 1년으로 정해진 점은 매우 아쉽다.

이번에 미국이 보인 ‘막무가내식’ 협상 방식엔 깊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안보 무임승차론’을 들먹이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심지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흘리며 국내 보수세력의 ‘안보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식으로 한국을 흔들었다. 아무리 국익이 중요하다고 해도 오랜 동맹 국가엔 최소한의 신뢰와 존중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보여준 태도는 그와 거리가 멀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동맹의 비대칭적 관계를 악용한다면, ‘호혜적 관계’는 말뿐이고 동맹 간 신뢰는 훼손될 것이다.

분담금 8.2% 증액은 근래 없었던 대폭 인상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1.5%와 견주면, 그 규모는 더욱 도드라진다.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 8.2%와 같은 수치라고 하지만, 그런 설명으로 지나친 증액을 덮을 수는 없다. 그동안 한국이 지원해온 주한미군 주둔비도 적은 게 아니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이 분담금과 함께 토지·시설 제공, 각종 감세·감면 등 주한미군에 지원한 비용이 2015년 한해에만 5조원을 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인 ‘이익 챙기기’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협상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이유다.

협상의 유효기간에서도 한국의 ‘3~5년’ 주장 대신에 미국의 ‘1년’ 주장이 반영됐다. 이번에 타결된 협상이 지난해에 이뤄져야 했던 것임을 고려하면, 몇달 뒤 곧바로 내년도 분담금 협상을 다시 벌여야 한다. 미국은 추가 증액을 요구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이번만 특별히 1년일 뿐 앞으로도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와중에 미국과의 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는 몹시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도 좀더 준비를 잘해서 올해엔 최소한 협정 유효기간만이라도 3~5년으로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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