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정보경찰이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이나 대인관계 등을 파악하고 개인별 카드까지 만들어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 과정에서 관련 문건들을 입수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보경찰의 일탈은 이미 알려진 일이지만 개인별 카드 관리 등 조직적 사찰 실태가 드러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번에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관련 상임위 의원들 사찰이 확인됐지만 불법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전국 정보과 사이버담당 등 1500명을 동원해 불법 댓글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지난해 1월 청와대가 주도한 권력기관 구조개편 방안에서도 정보경찰 혁신 문제는 경찰에 위임해놓은 상태라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1년 3월 경찰청 정보국이 작성한 A4 종이 한장짜리 의원별 카드에는 △기본사항 및 주요경력 △경찰 수사권 관련 입장 △정보활동 방향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또 그해 말 작성된 ‘수사권 관련 행안·법사위원 등 대응실적’ 문건에는 정보경찰들이 의원별 홈페이지나 다음 아고라 등에 게시글을 작성한 실적을 수치화해놓았다는 것이다.
치안정보 수집을 명분으로 정치·선거에 개입해온 정보경찰의 악습이 단기간에 고쳐지기는 어렵다. 한때 경찰개혁위원회 등이 ‘정보경찰 폐지’를 추진한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경찰 스스로 정보경찰 활동규칙까지 제정해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 정보만 수집하겠다고 했으나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치안·경비·정보를 담당하는 일반경찰과 수사경찰을 엄격히 분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경찰 수뇌부는 정보경찰의 악습을 철저히 뿌리 뽑는 것은 물론 이 문제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후퇴시키는 빌미가 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