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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명이 채 마르기도 전에 분담금 더 내라는 트럼프

등록 2019-02-13 18:34수정 2019-02-14 14: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합의와 관련해 “한국이 전화 몇 통으로 5억달러(약 5600억원)를 더 내기로 했다”며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안 가서명 이틀 만에 나온 미국 대통령의 첫 발언이 추가 인상 압박을 예고하는 내용이라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미국이 합의 유효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고 주장해 관철시킨 속셈이 결국 1년 단위로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느낌이다. 오만하고 무례한 외교에 이골이 났다지만, 이렇게 오랜 동맹의 가치마저 경제적 이해관계로 재단하는 듯한 태도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근거가 불투명한 엉터리 수치까지 동원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0일 방위비분담금을 8.2%(787억원) 인상해 총액 1조389억원에 합의한 협정문에 가서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억달러 증액 주장은 협정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방어하는 데 1년에 50억달러(5조6천억원)가 드는데 한국은 약 5억달러를 내고 있었다”고도 했는데,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9602억원을 냈다. 미화로 환산하면 약 8억5천만달러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도 미국 국방차관실의 ‘2019회계연도 예산 운영유지비 총람’에 따르면, 13억5980만달러(약 1조5천억원)다. 주한미군 장병의 급료까지 포함해도 모두 34억6400만달러(약 3조9천만원)이다. 입맛대로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은 부풀리고 한국 기여분은 줄이는 방식으로 “더 내야 한다”고 강변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지지층을 겨냥해 성과를 과시하려다 착오를 일으켰을 수도 있지만, 진작부터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해온 점에 비춰보면 ‘의도적 과장’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을 “전화 몇 통”만 하면 선뜻 5억달러를 내는 ‘손쉬운 나라’처럼 묘사한 대목에선 ‘동맹국 비하’의 느낌마저 난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내년 분담금 인상을 너무 기정사실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분담금 합의문의 유효기간이 1년이지만 두 나라 합의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발언을 보면 미국이 유효기간 연장에 동의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올해 협상에서 증액 압박은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정부는 아직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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