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11시30분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대 행정관 앞에 모여 ‘서울대학교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12일 학교당국과 임금·복지 조건 개선에 합의하고 닷새 만에 파업을 풀었다. 이번 파업은 대학 한 곳에서 방학 중 단기간에 이뤄진 파업치고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배경에 우리 사회의 ‘파업할 권리’에 대한 낮은 인식과 뿌리 깊은 ‘학벌주의’가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파업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용역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오히려 처우가 나빠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했다. 이들은 일반 중소기업의 같은 직종 노동자들보다 월 100만원가량 적은 급여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0여차례 이어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중앙도서관 등 건물 4곳의 기계실을 점거하고 관련 업무를 중단한 것이다.
난방이 끊기면 학생·교수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으나, 그것이 곧 노동기본권의 하나인 파업의 ‘효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인정한다”면서도 “중앙도서관을 파업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의 인터넷 게시판에도 파업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 지성으로 촉망받는 이들이 헌법상 기본권인 파업의 불편을 인내하려 하지 않고 학습 편의성을 앞세운 것은 안타깝다.
정작 큰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은 일부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들이다. 몇몇 언론은 학생들이 겪는 불편만 대서특필하며 노동자들의 파업 이유는 나 몰라라 했다. 이 대학의 도서관장은 난방 중단을 “응급실을 폐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빗대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미래 인재들의 공부와 연구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라는 이유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민주노총이 사익을 위해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꺾은 것”이라고 한 것도 견강부회라고 본다. 이들의 비난은 노동자와 노동권에 대한 폄하와 서울대로 상징되는 학벌주의가 결합해 나온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암묵적인 동조 위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도 일부 학생이 처음부터 파업을 지지하고, 총학생회가 결국 노조에 대한 요구를 철회하고 파업 노동자와 연대한 데서 희망을 본다. 어려서부터 “공부 안 하면 노동자 된다”는 말 대신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배우는 게 중요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