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14일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서울·세종 등 5개 시도에서 시범실시하고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15일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열어 권력기관 개편 상황을 직접 점검할 예정이다. 다음주에 자치경찰제를 담은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부여당의 권력기관 개편 법안은 모두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권력기관 개혁, 그중에서도 검찰개혁은 1순위로 꼽히는 국민적 관심사였다. 그러나 검찰이 국정농단 수사에 이은 사법농단 수사까지 이어오면서 검찰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분위기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여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래선 안 된다. 권력기관 개혁은 정권에 따라 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의 경험에서 봤듯이 권력자의 선의에만 의존해선 또다시 일탈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음을 온 국민은 물론 권력기관 스스로 잊지 말아야 한다.
당정청이 이날 공개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공개한 것과 다르지 않다. 자치분권의 취지에 따라 시도지사가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 임명권을 갖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자치경찰은 아동·청소년·여성·교통 등 민생치안 서비스와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 등에 대한 수사권을 갖는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 조정에 앞서 자치경찰제, 특히 ‘실효적 자치경찰제’ 실시를 사실상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자치경찰제 도입이란 점을 고려하면 자치단체에 넘기는 수사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단계적, 순차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정작 공수처 도입과 수사권 조정 등은 국회에서 막혀 있다. 검찰은 대놓고 의원들에게 사법개혁특위 논의 내용에 반대하는 문건을 돌리고 자유한국당은 이에 맞장구치듯 협의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법 개정은 어려워진다. 정부여당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권력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