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가 19일 <티브이조선>에서 중계한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 탄핵’에 “동의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유한국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갈무리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황교안 전 총리가 ‘박근혜 탄핵’에 “동의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내 극우파의 환심을 사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과 이를 인용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부정한 것으로, 헌법 절차에 대한 부인이자 국정농단을 바로잡아 민주주의를 되살린 국민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다.
황 전 총리는 19일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게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객관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물어 탄핵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죄가 없는데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탄핵했다는 ‘태극기부대’ 논리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이의 인식이 이 정도인지 개탄스럽다. 국회 탄핵소추안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문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봤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2016년 12월9일 국회는 재적 의원 299명 가운데 234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62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10일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소추안을 인용하면서 “박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다.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92일 동안 숙의해 내린 결정은, 황 전 총리 주장처럼 돈을 얼마나 받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반복적인 위법행위로 헌법 질서를 어지럽혔기에 파면한 것이다.
더욱이 황 전 총리는 당시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담화를 냈던 장본인이다. 이제 와서 표를 얻기 위해 ‘태극기부대’ 등 극우 보수세력의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건 명백한 자기부정이자 국민을 배반하는 것이다.
그는 20일 토론회에선 “탄핵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말한 게 아니다”라며 “탄핵이 적절했느냐 질문에 오엑스(O·X)로 답변하라 했지만 사실 세모(△)로 답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해괴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박근혜 배신론’을 잠재우고 당권을 잡기 위해 탄핵의 정당성까지 부인하는 건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기 어렵다. ‘국정농단 공범’이란 의심만 키울 뿐이다. 그렇게 당대표가 된들 자유한국당을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이끌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