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20대 보수화’ 비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지난 보수 정부에서 교육을 잘못 받은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계속해 논란에 휩싸였다. 집권여당이 높은 실업률 등으로 좌절하는 젊은 세대의 아픔을 감싸안지는 못할망정 이들의 보수화를 비난하는 건, 정치적으로 무책임할 뿐 아니라 무능을 자인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요즘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다. 원내대표로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설훈 최고위원이 21일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도 있다’고 말한 데 이어,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지난 15일 토론회에서 ‘전 정부 반공교육이 20대를 보수화시켰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특히 홍익표 대변인이 “20대들이 통일 문제 등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원인을 분석했던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사과한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건 적절하지 않다. 뭐라 설명하든 이들의 발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게 20대의 보수화를 이끌었고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주거 안정, 경제 활성화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과거 보수 정부의 잘못에 발목이 잡힌 부분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책임을 이전 정권에 돌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20대의 지지율 하락은 집권 3년차가 되도록 높은 청년 실업률, 공공기관 채용 비리, 부의 대물림 등을 기대만큼 개선하지 못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 표출로 보는 게 책임있는 집권당의 자세일 것이다.
정부여당은 20대의 실망에 제대로 답했는지 돌아보고, 먼저 반성문을 쓰는 게 올바른 태도다. 민주당은 1월에 이미 청년층 이탈을 심각하게 보고,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최근에는 젊은층에 시대에 뒤떨어진 검열로 인식되는 ‘https 차단’, 여성가족부의 ‘아이돌 외모 지침’ 등의 논란이 이어졌다. 절망하는 20대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정책으로 답하는 게 집권세력이 할 일이다. 권력을 위임받았으면, 이전 정권의 실패를 넘어설 수 있는 유능한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