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전용차로 갈아타고 하노이로 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세기의 담판’을 위해 마주 앉는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의 재회다. 그사이 한반도는 대결의 장에서 대화의 장으로 급속히 변화했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북-미는 70년 적대의 역사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장도의 출발선을 막 떠났을 뿐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서를 만들어야 할 임무가 두 정상의 어깨에 놓여 있다. 여기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와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느냐 미끄러지느냐가 갈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냉전 질서를 종식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노이 도착 전부터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북한의 공식 매체는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을 신속히 보도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주민들의 반응을 잇따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엄청난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제는 만만치 않다. 1차 정상회담은 만남 자체로 냉전 잔재 해체를 향한 큰 발걸음이었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구체적인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 목표에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1차 정상회담에서 나온 총론적 선언을 구체적 각론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처와 미국의 상응조처가 어떤 조합으로 이루어지느냐’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상응조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추가적 조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 미국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원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만약 북-미가 여기까지 합의한다면, 지난 30년의 북-미 협상에서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영역에 들어선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광폭의 진전을 이뤄내려면 미국의 상응조처도 그만큼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미국은 종전 선언과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두 의제는 큰 이견이 없는 한 합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제재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상, 이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가 없다면 북한의 호응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미국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북-미가 서로 통 크게 주고받는 대타협을 이룰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 비핵화 완수와 북-미 관계 정상화의 로드맵과 시간표가 큰 틀에서 합의된다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은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두 정상이 공언한 대로 이번 회담에서 냉전 종식과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전세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큰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