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8월2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계획과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중국 대사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정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두 달째 비워둔 자리에 정책실장에서 얼마 전 물러난 인사를 다시 쓰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인재풀이 그렇게 좁은 건지, 아니면 주중 대사에 걸맞은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적임자가 없는 건지 묻고 싶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장하성 전 실장이 한-중 관계 주요 현안을 책임 있게 다룰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노영민 전 대사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옮겨온 데 이어, 청와대 실장을 지낸 인사를 다시 보내는 게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경제학자 출신의 장 전 실장이 북핵 문제가 비상한 지금 시점에 과연 중국 대사로서 적임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선, 그가 중국과 동북아 정세에 어떤 전문성을 갖췄는지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중국 인민대와 푸단대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했다고 설명하는 모양인데, ‘끼워 맞추기’식 인선 평으로 들린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한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복잡한 한-중 관계를 경제학자 출신인 그가 풀어낼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은 믿음을 갖지 못한다.
더구나 장 전 실장은 억울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는 어쨌든 ‘정책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사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계속 불협화음을 빚자, 문 대통령이 결국 정책실장과 부총리 두 사람을 동시에 바꾼 게 아니었던가.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5.47배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게 곧 장 전 실장의 실패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자리에 있던 장 전 실장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그를 주중 대사로 내정하는 건, 이 정부에 참여한 사람은 끝까지 챙겨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청와대 안팎에 줄 뿐이다.
물론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납득하는 건 긴요하다. 대통령은 인사를 통해 국민과 공직사회에 자신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법이다. 이번 주요국 대사 인선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