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난과 양극화 탓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의 의미가 반감된다. 부산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화물들. <한겨레> 자료 사진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어난 3만1349달러로 집계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를 넘어선 지 12년 만이다. 국가경제 차원에선 중요한 성취다. 1인당 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 지표로 읽힌다.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일곱번째로 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성과다.
그러나 외형적 성과를 반기기엔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3만달러를 넘어선 데는 환율 영향이 컸다는 게 그중 하나다. 원화 기준 1인당 소득은 3449만4천원으로 전년보다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민의 체감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더 근본적으로는 고용 사정이 나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민소득 통계에는 기업 소득이 포함돼 있어, 통상적인 개인 소득과 견줄 수는 없지만 고용난을 겪는 처지에서 ‘3만달러’는 까마득한 남의 일로 여기기에 십상인 숫자다.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조선 등의 업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양극화가 깊어진 사정도 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최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20% 가까이 줄어든 반면, 최상위 20%(5분위)의 소득은 10% 이상 늘어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3만달러 돌파라는 양적 성과를 질적 개선으로 연결해 성과를 함께 누리게 하려면 고용 사정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이 부진한 터여서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공공 부문의 신규 채용을 늘리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는 게 불가피하다.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분야의 산업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하도록 불합리한 걸림돌을 없애고, 불공정한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노력 또한 이어져야 한다.
또 대외 위험 관리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시기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브렉시트 등의 변수는 외부에 크게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를 위협할 변수다. 1인당 소득이 처음으로 1만달러(1994년 1만168달러), 2만달러를 넘어선 뒤에도 각각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대폭 뒷걸음친 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