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다시 표류하는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취지 돌아봐야

등록 2019-03-07 18:23수정 2019-03-07 18:58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7일 본위원회 무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7일 본위원회 무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청와대에서 7일 열릴 예정이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가 여성·청년·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노동자위원 3명이 불참하며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확대와 최근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합의한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원칙의 의결이 미뤄졌다. 이유가 어찌 됐든 본위원회 자체를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동시에 계층별 대표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경사노위 운영 구조와 그동안의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불참한 3명은 애초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명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고 합의안 발표 이후에도 수정·보완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본위원회에서 ‘거수기 노릇’을 할 순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미조직, 취약계층 몫으로 참여한 위원들이다. 탄력근로제처럼 미조직 사업장에 파급력이 큰 사안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양대 노총만을 상대로 ‘합의’를 추구했던 기존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경사노위가 다양한 계층의 ‘협의’를 중시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임을 누누이 강조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일부의 불참으로 어렵게 마련된 소중한 결과물이 최종 의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재검토할 뜻을 밝혔다. 노사정위와 다른 성격의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겠다고 오랜 논의 끝에 나온 결과물을 한번의 위원 불참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건 조급해 보인다. 이해와 설득, 그리고 입법 과정에서의 보완을 강구하며 앞으로 미조직 계층의 목소리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반영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불참한 위원들이 입장문에서 촉구했듯,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3명의 위원 역시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게 기구 취지에 맞는 행동인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자칫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커지거나 탄력근로제가 국회의 일방적 논의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게 진정 사회적 대화를 살리는 길인지 숙고하길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