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10일로 꼭 2년째다. 광장의 촛불시민들은 국정농단 주모자들 및 적폐세력의 청산과 함께 사회 각 분야의 개혁도 요구했다. 그 가운데서도 국민들의 가장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게 검찰개혁이었음은 기억에 생생하다. 탄핵 다음날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발표한 100대 촛불개혁과제 가운데는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검찰·경찰·국정원 개혁 과제가 12개를 차지했다. 그만큼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 이런 개혁은 실종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조직적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회의 여야 협상은 벽에 부딪혔다. 일차적으로 몽니에 가까운 반대를 해온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지만 이렇다 할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년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여당이 이번주부터 선거법과 10개 정도의 개혁입법을 묶어 신속처리 절차(패스트트랙)에 회부하는 문제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등이 포함돼 있다.
수사권 조정은 그동안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상당한 접근이 이뤄졌다. 애초 행안-법무부 합의안을 토대로 일부 손질하는 선에서 여야 간 이견을 좁혔으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취임 뒤 위원 교체 등으로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검찰도 자치경찰제 법안의 미흡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법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식 표명했음에도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놓고 공수처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공수처 지지는 압도적이다. 올 초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 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82.9%, 지난해 말 <문화방송> 조사에서도 81.1%의 국민이 지지 의견을 나타냈다. 그런데도 국회가 미적대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권력기관 개혁은 법률로 못박지 않으면 집권세력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퇴행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역사에서 우리가 생생히 경험해온 바다. 한국당이 끝까지 저지한다면 다른 당들이라도 패스트트랙 추진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이낙연 총리(왼쪽 둘째)와 김부겸 행안부장관, 박상기 법무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부터) 등이 지난해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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