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선천성 심장병 수술에 필수적인 인공혈관 제품을 독점공급 해오던 고어메디칼의 2년 전 한국 시장 철수로 인한 파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몇몇 병원들이 사뒀던 재고가 떨어져가며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 사태의 배경과 책임에 대해 여러 지적이 나오지만, 지금 생각해야 할 건 오직 하나다. 아이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고어는 2017년 9월께 한국에서 철수 의사를 밝히고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의료계 안팎에선 건강보험 상한가 인하로 수요가 많지 않은 이 제품의 수익성이 떨어진 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허가를 둘러싼 불만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또한 추측일 뿐 고어는 잇단 문의와 호소에도 “글로벌 경영상 문제”만을 대며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고어는 한국 내 대체제품이 있다는 입장이라는데, 이들이 생산하는 10㎜ 이상 인공혈관은 대체가 불가능하며 해외에서 직접 사들일 길도 막혀 있다고 한다.
2년 전 정부가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하고 유관부처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건 문제가 있다.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은 바람직하고 계속 추진되어야 하지만, 대체제품 여건 등을 면밀히 따지지 않을 땐 이번처럼 환자들이 속수무책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뭐라 해도 환자, 의사, 정부의 잇단 요청에도 요지부동인 고어의 자세는 독점업체의 ‘횡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해 희귀·필수 치료재료의 상한가를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고어는 응답이 없다. 아무리 수익성이 중요한 기업이더라도 의료 관련 업체라면 최소한의 사명감과 윤리의식이 있으리라 믿는다. 아이들의 고통, 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더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정부는 미국 고어 본사를 찾아가 인공혈관 공급 재개를 긴급히 요청하겠다고 10일 밝혔다. 고어의 변화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