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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협상 판’ 위태롭게 하는 동창리 움직임과 일괄타결론

등록 2019-03-10 17:43수정 2019-03-10 19:28

지난 2월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둘째날 단독회담에 앞서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둘째날 단독회담에 앞서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상대방에 강온 양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태도가 사태 악화로 이어져 협상 판 자체를 흔들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북-미 모두 자제력을 발휘해 대화의 동력을 살려내는 데 힘써야 할 시점이다.

일단 북-미 두 정상의 발언만 보면 대화의 틀을 깰 뜻이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보다 더 절박한 임무는 없다”고 밝혔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첫 발언에서 경제를 강조한 것은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일 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8일(현지시각) “북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 신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우선 주목할 것이 북한 ‘동창리 발사장’의 움직임이다. 미국 언론들은 동창리 발사장이 복구된 데 이어 북한이 가까운 시일 안에 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동창리 발사장 정상 가동이 직접적인 행동을 예고한다고 볼 근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갈등이 증폭돼 북한이 ‘행동’으로 나온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위성 발사를 감행한다 해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것인 만큼 북-미 관계의 판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은 뻔하다. 북한은 어느 때보다 자제가 필요하고, 미국 역시 북한을 자극해선 안 된다.

미국 쪽에서 나오는 ‘일괄타결론’도 협상 가능성을 좁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미국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미국 행정부 안에서 단계적 접근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다”며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일괄타결론’을 제기했다. 이 발언은 하노이 회담 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밝힌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단계적 해법’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괄타결만 밀어붙인다면 협상 전망은 그만큼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전부 아니면 전무’ 식 접근으로 판을 그르칠까 우려스럽다.

북-미 관계가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아직 확정적인 단계는 아니다. 미국 국무부는 7일 “여전히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협상 결렬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는 말을 일곱번이나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북-미가 지금처럼 협상의 여지를 좁히는 행보를 계속하다가는 대화의 문 자체가 닫혀버릴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북-미 양쪽이 서로 자제하면서 만남을 재개할 방안을 찾는 데 중재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북한이 관심을 보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협력에서 해법이 나온다면 상황을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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