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식이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렸다. 두 사람이 펼쳐든 대형 사진은 1945년 5월28일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렸던 ‘모표’(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표식) 사진이다. 오키나와/연합 뉴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12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에 대응한 보복 조치로 “한국상품 관세 인상과 송금 및 비자 발급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법원의 배상 명령을 거부한 신일철주금 등에 대한 자산압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입장을 묻는 일본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총리까지 지낸 일본 고위인사가 한국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사안에 경제 보복까지 거론한 건 사실상 ‘협박’에 가깝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적반하장의 태도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최종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법원의 판단은 당시 강제징용이 불법이었기 때문에 청구권협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신일철주금 등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처음부터 변론에 참여했다가 패소했다. 그래 놓고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승복할 수 없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아소 부총리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1만2천여명을 강제노역으로 부린 악명 높은 ‘아소 탄광’ 사장의 아들이다. 개인사로 보더라도 자숙해도 모자랄 사람이 태연히 ‘보복’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얼마 전엔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를 100여가지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일본이 경제력을 앞세워 한국에 ‘과거사 굴종’을 강요하겠다는 것으로 비치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여기에 부총리란 사람이 의회에서 구체적인 ‘경제 보복’까지 공식 거론하는 건 지금의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까지 보인다. 일본 정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한-일 관계의 추락을 방치하고 부추길 셈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