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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재’로 드러난 포항 지진, 엄정히 책임 가려야

등록 2019-03-20 18:39수정 2019-03-20 19:12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지진 현장.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지진 현장.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공식 결론이 나왔다. 일부에서 제기했던 의혹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포항 시민들이 집 밖에서 공포와 추위에 떨고, 전국의 수험생들이 대입수학능력시험 연기로 큰 혼란을 겪어야 했던 국가적 재난 사태가 사실상 ‘인재’였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지열발전은 깊은 땅속의 높은 열을 보일러 삼아 물을 끓인 뒤 거기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땅 위에서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면서 그 압력에 의해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포항 지진은 규모나 발생 구조가 전혀 다른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작은 지진들이 다른 단층대에 방아쇠를 당겨 규모 5.4의 강진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열발전소를 세우고 운영하는 동안 그 단층대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지열발전소를 세우면서 이 지역 지열 온도가 높다는 점을 부지 선정 이유로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깜깜이 선정’이었다. 포항 흥해읍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신지라는 점도 부지 선정에 의심을 들게 한다. 선정 과정이 적절했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민간 사업자로 건설에 참여한 지오넥스는 연매출 100억원이 안 되는 기업이었으나 지열발전을 추진하면서 한때 주식 상장을 시도할 만큼 급성장했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자원개발 공훈기업으로 훈장을 받은 적도 있다. 이 기업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는지, 사업 참여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도 가려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감사원엔 국민감사가 청구돼 있다. 정부도 지열발전 사업의 진행 과정과 부지 선정의 적정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은 결국 자연재해가 아닌 정부의 잘못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피해자 1100여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열발전이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하나라는 이유로,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공격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포항 지진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안전 문제가 과학이 아닌 정치나 특정 집단의 논리에 절대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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