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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가 강한 사회다

등록 2019-03-21 18:26수정 2019-03-21 19:07

모스크에서 금요예배를 보던 50명이 숨진 테러가 발생했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식물원에 지난 16일 추모의 꽃과 함께 연대의 메시지들이 적혀있다. 크라이스트처치/AP 연합뉴스
모스크에서 금요예배를 보던 50명이 숨진 테러가 발생했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식물원에 지난 16일 추모의 꽃과 함께 연대의 메시지들이 적혀있다. 크라이스트처치/AP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언론매체에 표현된 혐오 발언과 인종차별 선동 등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시점”이라고 밝혔다.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평화시위자 39명이 경찰 발포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유엔은 이날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정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선 혐오와 증오의 확산, 그리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한 테러에 대한 뉴질랜드의 대응에서 보듯, 이를 극복할 힘은 성숙한 정치와 시민의식에 있다.

한국이 ‘단일민족 사회’란 믿음은 말 그대로 신화일 뿐이다. 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은 237만명으로 주민등록인구 중 4.6%를 차지한다. 다문화가족 가구원은 96만명을 웃돈다. 하지만 이주민에 대한 혐오 발언과 인종차별은 갈수록 거세지는 추세다. 지난해 봄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온 예멘인 500여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대표적이다. 난민 반대론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그들이 내세우는 ‘치안 불안’이나 ‘가짜 난민’ 같은 이유는 사실상 선동이나 가짜뉴스에 가깝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최근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과 갈등이 국가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유엔의 지속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50명이 목숨을 잃은 최근 크라이스트처치 테러 사건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와 사회의 성숙한 대응은 우리에게 여러 생각을 던져준다. 테러 발생 직후 “다양성과 친절, 온정을 대변하는 우리의 가치와 신념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저신다 아던 총리는 연일 ‘분열과 증오’의 범죄에 맞선 ‘포용과 공감’의 정치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1일엔 이번 사건에 사용된 반자동소총 등의 전면 금지를 선언했고,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뜻도 분명히 했다. 범인의 테러 생중계는 정부가 업체에 삭제를 요청하고 시민들에게 “보지 말 것”을 호소한 결과, 지금까지 시청 횟수가 4천회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민들은 스스로 총기를 반납했고, 현지 언론들은 이들의 성명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혐오와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야말로 가장 강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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