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이 케이티(KT) 아현국사 화재 피해 상인들에 대한 보상금 합의안을 발표하고 관계자들이 합의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케이티 이승용 통신사업협력실장, 노웅래 위원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연합뉴스>
케이티(KT)가 지난해 11월 터진 서울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40만~120만원의 ‘상생협력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통신 사고 뒤 요금을 깎아주는 것 외에 ‘2차 피해’에 보상을 해주는 첫 사례다. 올해 1월 출범한 ‘상생협의체’를 통해 일곱 차례 협의 끝에 법적 소송 없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케이티는 애초 제안의 2배에 이르는 보상액을 제시해 소상공인 쪽의 동의를 끌어냈다.
케이티와 피해 소상공인 대표,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시민단체인 민생경제연구소(소장 안진걸)로 짜인 상생협의체는 22일 국회에서 ‘통신서비스 장애 보상에 관한 최종 합의’를 발표했다. 피해 기간에 따라 하루 20만원꼴, 7일 이상이면 120만원을 주는 내용이다. 연매출 30억원(일부 업종 50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통신 장애 탓에 카드 결제나 주문 영업을 하지 못해 피해를 본 경우이며 전체 대상자는 2만3천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보상 방안은 약관에 따라 통신요금 할인만 해주던 이전의 사고 처리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공공서비스 공급자의 사회적 책임성을 한 단계 높인 선례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통신사업자들에겐 철저한 대비로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도록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케이티 통신구 화재 사건은 아직 미결 숙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지난달 내놓은 케이티 화재 보고서에서 통신구 안의 환풍기 제어반에서 전기적 원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만 했을 뿐이다. 사고 넉달이 지나도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데서 통신시설 관리의 후진성이 엿보인다. 케이티 아현국사는 관할 지역이 넓어져 중요 통신시설에 해당하는 ‘C 등급’이어야 함에도 ‘D 등급’으로 분류된 게 드러나 올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관리 소홀의 또 다른 사례다.
케이티를 비롯한 통신사들과 정부는 통신망 관리 시스템을 다시 가다듬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아현국사 화재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이미 내놓은 사후 대책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통신시설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초연결 사회’를 마비시키는 통신 대란은 통신회사 자신과 우리 사회 전체를 커다란 위험에 빠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