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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폭행 가사까지…‘여혐’ 힙합, 표현의 자유 넘었다

등록 2019-04-01 18:04수정 2019-04-01 19:37

힙합 가수 김효은(왼쪽)씨와 김씨의 신곡 ‘머니로드’(money road) 속 논란이 된 가사. 음원사이트 벅스 갈무리.
힙합 가수 김효은(왼쪽)씨와 김씨의 신곡 ‘머니로드’(money road) 속 논란이 된 가사. 음원사이트 벅스 갈무리.
최근 발표된 어느 남성 힙합 가수의 노래가 여성에 대한 성폭행 등을 표현한 노랫말로 거센 비난과 반발을 사고 있다. 노랫말이 1인칭 화자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풍자나 고발이라고 변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힙합의 장르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선 사회적 폭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노랫말은 젊은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무차별 성폭행과 흉기를 사용한 폭력 등을 직설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에 대한 비하적 표현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일부 남성 힙합 가수들이 여성을 혐오하는 노랫말로 잇따라 논란을 일으키긴 했으나, 이처럼 공공연한 성폭력 주장까지 나아간 경우는 찾기 어렵다. 극단적인 여성 혐오 커뮤니티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이 음악의 형식으로 대중에게 공표된 셈이니, 그 폐해가 인터넷 게시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힙합은 본디 자기과시(스왜그)가 주된 표현 양식이다. 다분히 남성 중심적인 장르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힙합의 발원지인 미국에서의 스왜그는 주류 기득권의 우월주의를 조롱하는 성격이 강하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없지 않으나 우리만큼 심각하지 않고, 힙합계 안에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에 의해 정화되곤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대다수 힙합 가수들은 자유와 저항 정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일부 가수와 노래에 동조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힙합 정신을 몰라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혐오 발언’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의 가수들은 수많은 동료들의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들의 노래가 아무런 여과 없이 발매·유통되고 심지어 홍보까지 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들의 소속사와 음원 사이트가 상업적인 노림수로 논란을 방조하거나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힙합이 오랜 시간 비인기 장르에 머물다 어렵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만큼 내부에서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풀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지 않으면 팬들의 외면뿐 아니라 사회적 지탄과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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