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도 속초 교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강원도 고성 등 영동지역에서 또 큰 산불이 났다. 강풍을 타고 속초·강릉·인제 등 동해안 일대를 휩쓰는 바람에 온 국민이 티브이를 지켜보며 2005년 낙산사 화재 당시의 참담했던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 다행히 5일 큰불은 잡혔으나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적잖다. 120여채 집이 불타는 바람에 주민 2천여명이 대피하는 등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4월 이맘때면 영동지역 산불이 거르지 않고 되풀이되는데도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지 답답한 일이다. 정부가 국가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기로 했으나 원인 규명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까지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이번 산불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의 전깃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전 쪽은 “(전봇대에 달린 차단기인) 개폐기와 연결된 전깃줄에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목격자가 즉시 신고하고 소방차가 곧바로 출동하는 등 대응을 서둘렀으나 워낙 강풍이 불어 속수무책으로 산불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
4월 매우 건조한 때에 발생해 동고서저 지형 때문에 증폭되는 이 지역 고유의 ‘양간지풍’은 악명이 높다.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으로,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강력한 풍속을 얻는다. 4일 미시령에서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당 35미터를 넘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 6배인 1197헥타르의 산림을 불태운 2005년 4월 양양·고성 지역 화재나 2만3913헥타르를 태워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 2000년 4월 강릉·동해·고성 일대 산불도 양간지풍과 무관하지 않다. 매년 이맘때 영동에서 되풀이되는 산불은 이런 지형적·기후적 요인에서 비롯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이나 지난달 30일 중국 쓰촨성 산불에서 보듯, 재난은 지구적 현상이다. 그러나 예방을 얼마나 철저히 하고 대책을 치밀하게 세우느냐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동해안 산불방지센터’를 출범시키고 24시간 감시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야간 산불에 출동 가능한 헬기는 1대뿐이고 강풍 상황에서 진화 가능한 ‘소화탄’ 연구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한다. 더이상 대형 산불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