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10월 충칭에서 구성된 임시정부의 제34차 임시의정원 기념사진. 좌우를 망라한 통합의회를 구성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11일로 꼭 100년이 됐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이역만리에서 간난신고를 겪으며 항일 독립투쟁을 벌인 수많은 선열들의 노고에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부끄럽지 않은 경제·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새로운 100년을 맞는 우리 앞엔 상하이 임시정부가 이루고자 했던 미완의 과제가 아직 놓여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꿈, 그리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공화정의 원칙을 되새기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현재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
상하이 임정의 지향과 정신은 1919년 4월11일 임시 의정원이 제정하고 보완해서 그해 11월 정식 공포한 ‘임시정부 헌법’에서 잘 드러난다. 총 8장58조로 구성된 임시정부 헌법의 제1조와 2조는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하고 대한민국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 있다’고 밝혔다. 영화 <변호인>에서 1천만 관객의 마음을 울린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배우 송강호씨의 대사가 100년 전 임시정부 헌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2016년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을 탄핵한 광장의 촛불들이 외쳤던 ‘주권재민’의 정신이 임시정부로부터 발원해서 해방 이후 이어져왔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각별하다.
바로 그 점에서, 상하이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의 시초이고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원동력이라는 건 너무 명확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10여년 전부터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 일각에서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고 1948년 8월15일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승격하자는 주장을 펴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항일 투쟁과 민주주의 가치는 매몰하고 오로지 ‘좌익에 대한 우익의 투쟁’만을 부각하는 비뚤어진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임시정부 수립 100돌이 그런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고 국민 분열을 극복해나가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임시정부’는 100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다.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정 요인들이 감격의 귀국을 한 뒤 남북한 통합정부 수립을 위해 애쓴 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지금의 노력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요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입에서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는 현실은, 해방 직후 친일파 온존과 이에 기반한 독재 세력의 발호를 떠올리게 한다. 임시정부가 추구했던 ‘주권재민’의 가치는 여전히 위태로운 벼랑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반칙과 특권의 시대 종식’이 지금 우리의 과제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100년 전 태동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지나간 과거나 화석화된 역사가 아니다. 그 가치를 지키려는 싸움은 2019년 4월에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