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경제건설 노선을 유지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발언은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정책노선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북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 주목을 끈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일괄타결식 빅딜에 응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미국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걸로 풀이된다. 북-미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경직된 태도로 되돌아간 것 같아 아쉽고 유감스럽다. 다만 기존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의미가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군사 도발 등 협상 판을 깨는 일은 경제 건설을 위해 자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비판하거나 군사행동, 핵·미사일 등을 전혀 입에 올리지 않은 점도 긍정적이다.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이란 말을 28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자력갱생과 자립경제에 대해 “우리식 사회주의 존립의 기초” “혁명의 존망을 좌우하는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규정했다. 또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며 자력갱생이 제재에 맞서기 위한 정책 대안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대미 협상 라인이 대체로 건재를 과시한 건 눈여겨볼 만하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문책성 인사를 당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제자리를 지켰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당 중앙위원으로 승진 발탁됐다. 이는 당장 북한이 기존의 비핵화 대화 노선을 포기할 뜻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북한이 효능이 의심스러운 낡은 ‘자력갱생’ 노선에 기대서 ‘양보는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선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어렵다. 좀더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하노이 회담 이후 사실상 중단된 남북대화에도 적극 나서, 함께 타개책을 모색하려는 능동적인 태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