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회가 멈춰선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관련 입법도 물건너갈 위기에 몰렸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진행해온 신속처리 절차(패스트트랙)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거취 문제에다 보선 이후 정치 상황까지 맞물려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의 당위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번에도 진전이 없으면 정치 일정상 내년 총선 이전에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임기 후반에 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더욱 불투명하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적극적인 협상으로 현명한 해법을 찾아내기 바란다.
바른미래당 쪽이 ‘기소권 없는 공수처’ 방안을 내놓은 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여야가 검찰 범죄 등에 한해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놓고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협상을 둘러싸고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안에서도 상반되는 시각에 반발이 적잖다. 민주당 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는 지난달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들도 기소권 없는 공수처에 매우 비판적이다. 반면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가 개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며 대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을 최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일부에선 패스트트랙에는 선거법과 수사권 조정만 올리고 공수처는 ‘추후 합의’를 조건으로 빼놓고 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 이어 심상정 국회정치개혁특위 위원장도 최근 이런 생각을 밝혔다.
이번에도 검찰 개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검찰 개혁을 위한 이상적인 대안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전이 없었던 것은 개혁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현실의 벽이 두터웠기 때문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토대로 한 절충안이 그간의 논의 결과를 반영한 차선의 타협안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한때 80% 안팎의 여론 지지에도 불구하고 ‘친검 기득권’의 벽에다 여권의 무기력이 겹쳐 검찰 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치는 ‘결과책임’의 영역이다. 이번에도 검찰 개혁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여권 전체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