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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신건강 복지’ 매뉴얼, 실행 담보할 밑그림 내놔야

등록 2019-04-21 18:25수정 2019-04-21 19:16

경남 진주 한일병원에 있는 아파트 방화·살해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경남 진주 한일병원에 있는 아파트 방화·살해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최근 발생한 진주 방화·살해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경찰-소방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응급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행동이 반복됐는데도 경찰이 이를 정신질환과 연계해 인지하지 못한 것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끔찍한 피해가 나고서야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은 개탄스럽지만,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그동안 나온 여러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원인부터 정교하게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할 수 있다.

복지부와 경찰은 이미 2017년에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대응 안내’라는 매뉴얼을 만들고, 또 지난해엔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자·타해 위험이 심각한 사람이 있으면 경찰이 의사에게 입원을 의뢰하는 응급입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경찰 스스로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데다, 사후에 민원이 발생하면 경찰 개인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고 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예산과 권한은 부족한데 업무 범위는 너무 넓어 응급상황에 개입할 여력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성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도 응급입원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정신병원에서는 환자나 보호자의 항의로 자칫 병원비를 받지 못할까 봐 응급입원 환자뿐 아니라 자치단체장이 개입하는 행정입원 환자를 받는 것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경찰이나 119구급대가 관내에서 응급입원 병상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국가가 개입해 이뤄지는 응급·행정입원인 만큼 국가가 비용을 책임지도록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 강화에는 손을 놓은 채 현장 인력의 헌신이나 민간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매뉴얼은 아무리 새로 만들더라도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이번 진주 방화·살해 사건도 정신질환자를 소외 속에 방치해 주민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번번이 응급대응에 실패하는 근본 원인을 잘 따져봐야 한다. 정신건강 복지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할 수 있는 큰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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