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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동·청소년 성폭행범 1/3이 ‘집행유예’라는 현실

등록 2019-04-24 18:05수정 2019-04-24 18:53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범죄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온 사회가 분노 여론으로 들끓는다. #미투 이후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해 24일 발표한 2017년 실태를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전체 성범죄 건수도 늘고 있거니와 유형·경로는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거나 신상공개 명령을 받은 신상등록자는 3195명으로, 전년도인 2016년에 비해 10.8% 늘어났다. 성범죄 유형은 강제추행이 52.4%로 가장 많고 성폭행(강간·20.6%), 성매수(10.8%), 성매매 알선(5.4%), 아동 성학대(3.0%), 유사강간(2.8%)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중대 범죄인 성폭행이 2014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소폭이지만 다시 늘어난 것은 몹시 우려스럽다. 강제추행 범죄 가운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가 59.5%나 급증하고, 성매매 알선의 대부분이 메신저·에스엔에스·스마트폰 앱을 통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디지털 환경 변화 속에 유형과 경로가 더욱 다양해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처벌은 무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동·청소년 대상 전체 성범죄자 중 절반 이상(50.8%)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나, 그 전해보다 그 비율이 1.9%포인트 늘었다. 특히 중대 범죄인 성폭행 범죄자 가운데서도 3명 중 1명꼴(33.4%)로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성폭행 범죄에선 폭행·협박의 동반 유무가 양형 판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아동·청소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항 등이 쉽지 않아 굳이 명백한 폭행·협박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해자의 초범 여부, 합의 유무 등 개별사건 양형에 미치는 요인이 다양한 만큼 일률적으로 재단할 순 없겠지만, 지나치게 관대하고 온정적인 처분이 아니냐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아동·청소년 시기 당한 성범죄의 트라우마는 길고 깊다. ‘너그러운’ 처벌이 이런 범죄의 증가를 막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할 때다. 사이버 성매매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과 불법촬영 행위에 대한 엄중한 대처 또한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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