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지난 4일 대구경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등을 발사한 지 닷새 만에 다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돌 특집 대담에서 “북한의 이런 행동이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미 정상 사이에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원 시기와 규모 등을 검토하는 시점에 도발적 행동을 보이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자제를 촉구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 의도에 대해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낸 데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 나와서 분명히 밝혀야지 이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말처럼,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무력시위를 잇따라 벌이는 건 매우 위태로운 행동일 뿐이다.
북한이 미국을 자극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단거리 발사체와 미사일을 쏜 것은 일단 판을 깰 의도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유엔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은 적은 없지만, 단거리라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원칙적으로는 유엔 결의 위반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없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은 4일 단거리 전술유도무기 등을 발사한 뒤 닷새 만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미의 반응을 봐가며 계속해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디까지 수위를 올리겠다는 것인지 모르나 위험천만한 행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처럼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모두 끊긴 상태에선 사소해 보이는 작은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오해와 갈등,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난해 어렵게 일궈낸 한반도 평화와 협력의 기회가 한순간에 없던 일로 되는 것은 아닌지 무겁게 돌아봐야 한다.
북한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돌연 미사일을 쏘는 등 무력시위를 한 전례가 있다. 그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채 국제사회의 대북 불신감만 키워 유엔의 제재가 강화되는 구실이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과 세 차례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해서 평화의 물꼬를 텄던 점을 되새기고 새로운 국면 타개의 길을 가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돌 대담에서 북한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조속한 (북-미) 회담을 촉구하는 성격도 있다”고 신중한 대응 자세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제한적인 ‘계산된 도발’이 마치 협상의 판을 완전히 깨는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