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앙TV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아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며 공개한 미사일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전혀 신뢰 위반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런 입장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이에 호응해 더는 선을 넘는 행동을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하루 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들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던 발언의 수위를 누그러뜨린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다소 격앙됐던 감정적 표현이 내부 논의와 정책 검토 등을 통해 걸러진 결과로 보인다. 북한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닌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 위반이 아닌 이유로 북한의 미사일이 ‘단거리’인 점을 꼽았다. 북한이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선언한 사실을 들어, 단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한 적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는 신뢰 위반으로 볼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뒤집어 해석하면, 여기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등 추가 도발하면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는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도 10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동 뒤 예정된 발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민감한 때일수록 안정적 정세 관리를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의되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도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당장 중단할 일은 아니다. 대북 식량지원이 여전히 대화와 협상 국면을 복원하는 데 지렛대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이 10일 “북한에서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하기 바란다”고 호소한 대목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구의 40%인 1010만명이 굶주린다는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식량난을 정치·군사적 이유로 나몰라라 하는 건 동포로서도 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돌 기념 대담에서 제안한 여야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이 성사돼, 대북 식량지원의 시기와 규모, 방식 등에 대해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북한도 군사적 도발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고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대화와 협상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