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서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에 승선해, 나란히 선 장병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
미-일 정상이 28일 전후 일본의 첫 항공모함으로 개조될 예정인 호위함 ‘가가’에 함께 올라 ‘글로벌 동맹’을 과시했다. 일본 자위대가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미군과 보조를 맞춰 적극적으로 군사활동에 나서는 데 대해 두 정상 간 공감대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읽힌다.
이는 전후 일본 안보의 근간이었던 ‘전수방위’ 원칙에 사실상 종언을 고한 것이어서 주변국의 불안과 경계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일본이 지난 세기 군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려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나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힘을 보태주는 듯한 행보를 보인 것도 유감이다.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에 대해 “인도-태평양을 자유롭고 열린 곳으로 만들고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초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일본 자위대가 미-일 동맹의 외피를 쓰고 활동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이다. 호위함 가가에 대해선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단거리이륙·수직착륙기를 탑재해 일본과 지역의 평화, 안정에 한층 기여하겠다”며 원거리 작전능력 증강 방침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가함은 이 지역과 이를 넘어선 지역에서 우리가 복합적인 방어를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사실상 자위대의 역할 강화를 인정했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자위대의 역할과 활동 범위 확대를 추진해왔다. 특히 아베 내각은 2012년 12월 출범 이후 그동안 부인했던 ‘집단 자위권’을 헌법 해석을 통해 용인하고,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재개정해 자위대의 작전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항공모함과 F-35 스텔스기, 정밀 유도무기인 공대지 순항미사일(JASSM)과 공대함 순항미사일(LRASM) 등을 대거 확보할 계획인데, 이것들은 적 기지 파괴용 공격무기여서 전수방위 원칙과 거리가 멀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중국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 맞아떨어지면서 힘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추가적인 군사력 증강을 불러오고 한국 여론에도 군비 증강 압력을 높여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가 되기 전에 과거 침략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과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