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 등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국 국빈방문 길에 올랐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혁신성장, 포용국가 비전,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북유럽 3국의 협력 확대를 주요 목적으로 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위태로운 정세를 고려할 때 세 가지 목적 가운데 ‘한반도 평화’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두 번째 방문국인 노르웨이에 이목이 집중된다. 노르웨이 방문 중에 문 대통령은 오슬로대학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하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연설하는 12일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한 돌이 되는 날이어서 여기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2017년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잇는 ‘오슬로 선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년 전 북-미 대결이 격화하던 중에 나온 ‘베를린 선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는 제안을 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끌어냈다. 그때만큼 위중한 상황은 아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만큼, 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찾아낼 의미 있는 ‘평화 구상’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북-미는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원칙을 큰 틀에서 확인하는 역사적 합의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는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지난 2월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도 내지 못하고 결렬로 끝나고 말았다. 북한은 4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6·12 공동성명의 운명은 기약할 수 없다’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길 고대한다’면서도 북한의 요구에 맞춰 비핵화 해법을 바꿀 뜻은 밝히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우리 정부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대안을 들고 북-미 양쪽을 견인하느냐에 비핵화 협상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이달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을 비핵화 협상 교착의 돌파구를 찾는 장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북한의 태도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비핵화 문제에만 의제를 한정하는 ‘원포인트’ 정상회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4차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의중이 확인되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 북유럽 순방 중에 문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12일 오슬로 연설에서 ‘베를린 선언’을 잇는 획기적인 한반도 평화 구상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