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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6·10민주항쟁 32돌, 차별·소외 없는 민주주의로 도약할 때

등록 2019-06-10 18:01수정 2019-06-10 19:45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검사(오른쪽)와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2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검사(오른쪽)와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2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6·10 민주항쟁 32주년 기념식이 10일 서울 용산구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 세워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렸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이 벌어진 공간으로, 이곳에서 6·10 항쟁 기념식이 열린 것은 2007년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처음이다. 1980년대 잔인한 국가폭력과 숭고한 희생의 실제 장소라는 점에서 여느 기념식 때보다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념식이 뜻깊은 것은 비단 장소의 상징성에만 있지 않다. 주요 참석자의 면면 또한 여태의 기념식과 많이 달랐다. ‘미투’ 선언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환기하는 데 앞장선 서지현 검사와 거대 기업의 충격적인 직장 ‘갑질’ 실태를 용기 있게 고발한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이끈 태안화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비롯해 소외와 차별, 불안정 노동 등에 맞서온 이들도 무대 위에서 발언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은 하나같이 “아동의 권리와 스쿨 미투 등 청소년의 말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와 안전한 일터가 보장돼야 한다” 같은 ‘일상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수렴됐다. 이들의 요구는 6월항쟁의 산물인 이른바 ‘87년 체제’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고도 오늘날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과 깊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적절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제도이기 전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라며 “이제 민주주의의 씨앗은 집에, 공장에, 회사에 심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는 대화로 시작되어 대화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모든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른 일정을 들어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아직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가치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공존하고 있는 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 일상이 ‘더 많은 민주주의’로 채워져야만 민주주의는 어떤 퇴행적 시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가역적인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경제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로 도약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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