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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번엔 ‘사린가스 전용’ 억지, 막나가는 일본

등록 2019-07-10 18:47수정 2019-07-10 19:08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2019년 7월4일 후쿠시마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EPA/JIJI PRESS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2019년 7월4일 후쿠시마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EPA/JIJI PRESS 연합뉴스
일본 정부 관계자가 대한 무역 보복의 이유로, 일본의 원재료가 ‘사린가스’로 전용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가 9일 보도했다. 사린가스는 1990년대 일본의 옴진리교가 도쿄에 뿌려 많은 사상자를 낸 독가스다. 당시의 끔찍한 사건을 기억하는 일본 국민의 ‘사린가스 포비아(공포)’를 활용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아무리 보복 조처의 명분을 둘러대려 했다 쳐도, 사린가스까지 꺼내든 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

엔에이치케이 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원재료가 사린가스 전용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납품을 독촉했고, 이에 일본이 개선을 요구했으나 한국이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군사 전용 물자가 한국에서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나라에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이 사린가스 원료를 북한에 넘길 수 있다는 얘기인데, 북한 화학무기의 1차 공격 대상이 한국인데 그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한국은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전략물자 통제체제 가입국으로, 의무사항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가 실태 점검 결과를 밝혔듯이, 전략물자를 북한 등 유엔 제재 대상국에 반출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는 걸 보면, 일본 정부의 기본적 양식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당장 근거를 대든가 아니면 잘못된 발언을 사과하는 게 옳다.

일본은 애초 수출규제 명분으로 ‘신뢰관계 훼손’을 내세웠다가, 며칠 전엔 구체적 설명 없이 ‘안보 우려’를 언급하더니 급기야 ‘사린가스 전용 의혹’을 끄집어냈다. 말을 바꿔가며 변명할 게 아니라, 당장 무역 보복 조처를 철회하고 정부 간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최근 일본 <후지티브이>에 출연해, 한국의 전략물자 유출 근거로 <조선일보> 보도를 제시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라 볼 근거는 없다. 조선일보는 한국 정부가 최근 4년여간 전략물자의 무허가 수출 156건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한국이 전략물자 통제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다만, 이들 물자가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조선일보가 뚜렷한 근거 없이 추정하고, 일본이 이를 ‘전략물자 유출 근거’로 삼은 건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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