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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재 확대’ 강행하는 일본과 황 대표의 그릇된 인식

등록 2019-07-14 18:09수정 2019-07-15 08:46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한-일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2019년 7월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의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한-일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2019년 7월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의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이 무역 보복과 관련해 근거 없는 주장을 했음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전략물자 우대 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일본은 말을 바꾸며 보복 조처를 확대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12일 열린 한-일 수출통제 실무회의에서, 일본은 수출 규제의 명분인 ‘부적절한 사안’과 관련해 ‘전략물자의 북한 수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사린가스 원료인 불화수소 등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수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가 이를 거둬들인 것이다. 실제 군수용 물품을 북한에 밀수출한 게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사실은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일본은 이 회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명분으로 ‘캐치올(Catch-All) 규제 미도입’을 들고나왔다고 한다. 캐치올 규제는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모든 물품을 수출심사하는 것인데, 한국 산업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한국은 일본보다 더 강력한 캐치올 규제를 운용하고 있다. 반박할 가치도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일본이 예고한 대로 이달 말쯤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를 결정하면, 700개가 넘는 품목이 수출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한-일 경제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한국과 외교적 협의에 나서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한국 정부 비판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유감스럽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희생되는 것은 미래다. 문제의 본질은 과거로부터 발이 묶여 있는 한-일 관계가 결국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또 “예고된 참사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이 터진 후에도 대응을 제대로 못 하는 문재인 정권을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집착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무역 갈등의 본질적 이유라는 뜻으로 읽힌다. 어처구니가 없는 인식이다.

황 대표는 2015년 국민 몰래 한-일 위안부 협정을 추진하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개입하려 했던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이다. 당시의 잘못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건 또 하나의 ‘유체이탈 화법’이 아닐 수 없다. 황 대표는 국민 동의 없이 추진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미래를 위한 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제1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아베 정권이 무모한 무역 보복을 감행하며 그 근거로 ‘한국 내 여론’을 들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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