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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50년 만에 누명 벗은 납북어부, 황당한 ‘검찰 항소’

등록 2019-07-19 18:32수정 2019-07-19 19:07

납북됐다 돌아온 뒤 옥살이한 어부들이 50여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했다. 법원은 영장 없이 가둬놓고 구타와 물고문을 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검찰은 이런 판단을 수용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고문당했다’고 주장할 정도면 다른 진술은 임의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고문 등 인권유린을 방치해온 검찰이 과연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검찰 스스로 경솔하게 상소를 남발한 게 아닌지 다시 검토해보기 바란다.

선원이었던 남정길(69)씨 등은 1967년 5월 제5공진호라는 어선을 타고 경기 연평도 근처 바다로 나갔다가 북한으로 납치됐다. 5개월 만에 돌아왔으나 “반국가단체 지배 지역으로 탈출했다”는 이유로 반공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경찰은 남씨 등을 영장 없이 가둬놓고 구타와 물고문을 했고 재판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남씨와 고인이 된 납북어부 5명의 유족들은 지난해 7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12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해덕진)는 “당시 고문을 받아 자백한 것이므로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통상의 간첩조작 사건들처럼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7일 이에 불복해 항소를 했다. 일부 피고인이 법정에서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진술할 정도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다른 진술 내용은 피고인의 의지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20일 이상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으로 법정 진술도 임의성이 없다는 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뚜렷한 반박증거도 없이 항소했다. 대검이 지난 6월 ‘일률적인 상소를 지양하고 유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상소를 않겠다’고 밝힌 것과도 어긋난다.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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